♧ 10층에서 뛰어내린 여자의 고백
  

나는 아파트 10층에 사는데 
불행하고 괴로워 세상을 하직하기 위해 
베란다에서 뛰어 내렸습니다.  

떨어지면서 나는 보았습니다.  

 ♤ 9층에서는 평소에 금실 좋고 화목해 
보이던 부부가 주먹다짐하는 게 보였고,  

 ♤ 8층에서는 말도 걸지 못하게 도도하던 여자가 옆집 사내와 끌어안은 게 보였고,  

 ♤ 7층에서는 헬스클럽을 운영하는 
여자가 약을 한 주먹 털어넣는 게 보였고,  

 ♤ 6층에서는 돈 많다고 뻐기던 사내가 
용돈 더 달라고 아내랑 싸우는 게 보였고,  

 ♤ 5층에서는 법관이라며 근엄하던 사내가 혼자 술 마시며 훌쩍거리는 게 보였고,  

 ♤ 4층에서는 잉꼬 같은 부부로 소문난 
부부가 이혼하자고 다투는 게 보였고,  

 ♤ 3층에서는 할머니들 인기가 엄청나던 
할아비가 아내한테 벌서는 게 보였고,  

 ♤ 2층에서는 이혼한 여자가 그래도 
전 남편이 최고라고 넉두리하는 게 보였고,  

 ♤ 1층에서는 어깨 힘주던 구청장 부부가 피터지게 싸우는 게 보였다.  

 뛰어 내리기 전 나는 세상에서 
제일 불행하고 바보라고 생각했는데 
떨어지면서 다른 집들을 들여다보니 
인생살이가 나만 불행한 건 아니었다고 
여겨졌습니다. 

떨어지면서 내가 본 사람들도 낙하하는 
나를 보았다면 스스로 위안했을지 모릅니다. 

이렇게 후회하며 바닥에 떨어져 
할딱거리는데 시커먼 저승사자가 
내 손을 잡습니다. 

순간 "으악" 소리와  "엄마! 왜 그래."하는 
딸의 소리에 그만 낮잠에서 깨었습니다.  

 
"내가 건강함에 감사하고,
내가 숨쉴 수 있음에 감사하고,
내가 누군가 만남에 감사하고,
내가 심하게 불행하지 않음에 감사합니다. 

감사하니 감사할 일이 자꾸 생겨 감사하고,
감사하다 보니 걱정거리도 고통도 사라지고,
우리의 삶이 행복해져 감사합니다."


            - 잠시 머무는 쉼터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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