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확정… 금투세 내년 시행 가능성도
밸류업 대책 법인세·소득세 인하 등 감세안
野 동의 필수… '기재부의 시간' 난관 예고
정부 반대 '비트코인 현물 ETF', 야당은 찬성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교통 신호등이 일제히 빨간불을 가리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22대 총선에서 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하면서 그간 정부가 경제 활성화 명목으로 내놓은 감세 방안 등 경제 정책의 시행 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기획재정부 경제정책방향, 윤석열 대통령 민생토론회 등에서 제시한 약속 대다수가 법 개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야당 동의 없인 국회 통과가 어려워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관가에 따르면 법 개정이 필요한 대표적 감세 정책으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가 꼽힌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연간 주식 5,000만 원·그 외 250만 원이 넘는 양도소득이 발생하면 20~25%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여야 합의로 2020년 법안 통과 후 한 차례 유예돼 내년부터 시행 예정이었으나, 윤 대통령이 올해 1월 폐지하겠다고 밝혀 기로에 섰다.
금투세 폐지를 위한 소득세법·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은 올해 2월 정부 의지를 반영한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해 소관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됐지만, 임시국회에서 논의가 미뤄졌다. 21대 국회 마지막인 5월 임시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부자 감세, 세수 감소 등을 이유로 폐지를 반대해왔다.
금투세 폐지 무산 시 내년부터 기존 법안대로 과세가 시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비과세 한도 2배 상향 △
상반기 신용카드·전통시장 사용금액 소득공제 확대 △
노후 자동차 교체 시 개별소비세 감면 △
임시투자세액공제 일몰 연장 △
연구개발(R&D) 투자 비용 증가분 세액공제 확대 △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주택 취득자 과세 특례까지 총 7개의 정부 입법 과제가 국회에 계류 중이다.
모두 조특법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 제시된 감세 정책이라는 점에서 야당과 궤를 달리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 관련 업계 간담회에 참석해 정부가 마련한 법인세, 배당소득세 완화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목표로 야심 차게 내놓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핵심인
배당 확대·자사주 소각 기업 법인세 완화, 해당 기업 주주들에 대한 배당소득세 인하도 추후 법인세법·소득세법 또는 조특법 개정이 필요하다. 여당이 내세운
부가가치세 한시 인하 총선 공약도 부가세법 등 관련 세법 개정이 전제라 야당이 어깃장을 놓으면 이행이 쉽지 않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법 개정이 필요한 정책들은 탄력을 받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밸류업을 위한 주주환원 확대, 지배구조 개편 등은 야당도 그간 주장해 온 것인 만큼 여야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정부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가 반대 입장을 표명해 국내에서는 승인되지 않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
ETF)는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총선 공약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 발행·상장·거래 허용 △가상자산 현물·선물
ETF의
ISA 편입을 통한 비과세 혜택 대폭 확대 등을 제시하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보였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여부는 금융당국의 소관"이라면서도 "국회 권한 밖이지만 그럼에도 야당이 과반을 한참 넘어선 만큼 행정부에 대한 압박이 거셀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확대간부회의에서 "기재부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장 여소야대 지형에서 오는 7월 세법개정안에 이 같은 정책들을 구체화해 반영하고, 9월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야당이 부자 증세를 통한 보편적 현금 지원 위주 정책을 내세우는 만큼 정부·여당의 감세 정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여야의 정치적 협상 과정에서 건전재정 기조를 양보하더라도 정부 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경제 정책이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