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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 헤르만 헤세

안개 속을 거니는 이상함이여,
덩굴과 돌들 모두 외롭고,
이 나무는 저 나무를 보지 못하니
모두가 다 혼자로구나!

나의 삶이 밝았던 때에는
세상엔 친구들로 가득했건만
이제 여기 자욱한 안개 내리니
아무도 더는 볼 수 없어라.

회피할 수도 없고 소리도 없는
모든 것에서 그를 갈라놓는
이 어두움을 모르는 이는
정녕 현명하다고는 볼 수 없으리.

안개 속을 거니는 이상함이여,
산다는 것은 외로운 것,
누구도 다른 사람 알지 못하고
모두는 다 혼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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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헤르만헤세

하느님이시여, 저를 절망케 해 주소서
당신에게서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절망하게 하소서
나로 하여금 미혹의 모든 슬픔을 맛보게 하시고
온갖 고뇌의 불꽃을 핥게 하소서
온갖 모욕을 겪도록 하여 주시옵고
내가 스스로 지탱해 나감을 돕지 마시고
내가 발전하는 것도 돕지 마소서
그러나 나의 자아가 송두리째 부서지거든
그 때에는 나에게 가르쳐 주소서
당신이 그렇게 하셨다는 것을
당신이 불꽃과 고뇌를 낳아 주셨다는 것을
기꺼이 멸망하고 기꺼이 죽으려고 하나
나는 오직 당신의 품속에서만 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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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님께>

-헤르만헤세

이야기할 것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나는 멀리 객지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나를 이해해 준 분은
어느 때나 당신이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당신에게 드리려는
나의 최초의 선물을
수줍은 어린아이 손에 쥔, 지금
당산은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읽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나의 슬픔을 잊는 듯합니다.
말할 수 없이 너그러운 당신이, 천가닥의 실로
나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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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에게>

-헤르만헤세

어찌할 바를 몰라
슬픔에 젖어 이곳에 서 있다.
고향을 멀리 떠나
나는 헤매이며 왔다.

내가 알고 있던 꼿이여
푸른 높은 산이여
인간이여, 들판이여
이제 나는 너희들을 모른다.

다만, 너의 입에서만
엿날의 소리를 듣고
다정한 동화의 말처럼
옛날의 소식을 듣는다.

멀지 않아 착한 원정인 죽음이
부모가 기다리는 저녁 노을 속으로
그의 정원으로 나를 데리고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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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헤르만헤세

언제나 같은 꿈이다.
빨간 꽃이 피어 있는 마로니에
여름 꽃이 만발한 뜰
그앞에 외로이 서 있는 옛집

저 고요한 뜰에서
어머니가 어린 나를 잠재워 주셨다.
아마도, 이제는 오랜 옛날에
집도 뜰도 나무도 없어졌을 것이다.

지금은 그 위로 초원의 길이 지나고
쟁기가 가래가 지나 갈 것이다.
고향의 뜰과 집과 나무를
이제는 꿈에서만 남을 것이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떠올리는
무수한 낯모르는 얼굴들....
서서희 하나, 둘
불빛이 흐려간다.
그 여린 빛이 회색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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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헤르만 헤세

지난날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행복을 약속한
하나의 음향이 나에게로 다가 온다.
만일 이것이 없으면 살기가 너무나 괴로울 것이다.
이 마력의 음향이 울리지 않는다면
나는 빛없이 서서
주위에 불안과 암흑만을 볼 것이다.
그러나 슬픔과 죄에 다치지 않는 소리가
행복에 찬 달콤한 음향이 울린다.
슬픔과 죄악에도 파멸되지 않는 그 음향이.
너 자랑스런 목소리여
내 집의 불빛이여
다시는 꺼지지 말고
그 푸른 눈을 감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세계는
부드러운 빛을 모두 잃고
크고 작은 별들이 차례로 떨어져
나만 홀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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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젊음의 초상>

헤르만 헤세

지금은 벌써 전설이 된 먼 과거로부터
내 청춘의 초상이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지난날 태양의 밝음으로부터
무엇이 반짝이고 무엇이 타고 있는가를 !

그때 내 앞에 비추어진 길은
나에게 많은 번민의 밤과
커다란 변화를 가져 왔다.
그 길을 나는 이제 다시는 걷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나는 나의 길을 성실하게 걸었고
추억은 보배로운 것이었다.
잘못도 실대도 많앗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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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 자> 

헤르만 헤세

세상에는 크고 작은 길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도착지는 모두가 다 같다.

말을 타고 갈 수도 있고, 차로 갈 수도 있고
둘이서 아니면, 셋이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그러므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혼자서 하는 것보다는
더 나은 지혜나
능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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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저녁 무렵>

헤르만 헤세

양떼를 몰고 목동이
조용한 오솔길을 가고 있다.
집들은 잠이 오는 듯
벌써 깜박이고 있다.

나는 이 마을에서, 지금
단 하나의 이방인
슬픔으로 하여 나의 마음은
그리움의 잔을 남김없이 비운다.

길을 따라 어디로 가든
벽난로에는 따뜻한 불이 타고 있었다.
오직 나만이
고향과 조국을 느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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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져 가는 젊음> 

헤르만 헤세

피곤한 여름이 마침내 고개를 숙이고
호수에 비친 그의 마지막 모습을들여다본다.
일상에 지친 나는 먼지에 싸여
가로수 그늘을 방황하고 있다.

포플러 사이로 바람이 지나간다.

그러면 내 뒤로 황혼이 금빛으로 타오르고
앞에는 밤의 불안이 죽음과 함께 온다.

먼지에 싸인 채 지친 걸음을 옮겨 놓는다.
그러나 젊음은 머뭇거리듯 뒤로 밀려나며
고운 모습을 감춘 채
나와 함께 앞으로 가려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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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둠 속을 걸었다> 

헤르만 헤세

검은 수목들의 그림자가 꿈을 식히는
어둠 속을 그는 즐겨 걸었다.

그러나 그의 가슴속에는 빛에서 빛으로
타오르는 욕망에 갇혀 괴로움을 다하고 있었다.

머리 위에 은빛으로 맑은 별이 가득 찬
하늘이 있음을, 그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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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고개를 넘으며> 

헤르만 헤세

전나무 아래서 쉬고 있노라면
지난날이 생각난다.
익은 숲의 냄새가
최초로 소년의 슬픔을 잉태했던 그날이.

바로 이곳이었다. 내가 이끼위에 누워
수줍은 소년의 열정이
가냘픈 금발 소녀의 모습을 꿈꾸었다.
환한 속에 처음 핀 장미를 꺾어 넣고.

세월은 흐르고 꿈은 늙어지고
멀어져서 다른 꿈이 왔다.
그것도 작별한 지 이미 오랜 일이다.

최초의 꿈의 주인이 누구였는지 나는 늘 괴로워했다.
그래, 누구였을까. 잊혀지지 않는 것은 ?
다만, 그녀가 상냥하고 가냘픈 금발이라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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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속의 백장미> 

헤르만 헤세
슬픈 듯 너는 얼굴을 잎새에 묻는다.
때로는 죽음에 몸을 맡기고
유령과 같은 빛을 숨쉬며
창백한 꿈을 꽃피운다.

그러나 너의 맑은 향기는
아직도 밤이 지나도록 방에서
최후의 희미한 불빛 속에서
한 가닥 은은한 선율처럼 마음을 적신다.

너의 어린 영환은
불안하게 이름 없는 것에 손을 편다.
그리고 내 누이인 장미여, 너의 영혼은 미소를 머금고
내 가슴에 안겨 임종의 숨을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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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의 길에서>
(크눌프의 추억)
 헤르만 헤세

슬퍼하지 말아라, 곧 밤이 오리라.
그러면 우리들은 파리해진 산 위에서
몰래 웃음짓는 것 같은 시원스러운 달을 보리라.
그러면 손을 잡고 쉬자.

슬퍼하지 말아라, 곧 때가 오리라.
그러면 우리는 쉬리라, 우리들의 십자가가
밝은 길가에 나란히 설 것이다.
그리고 비가 내리고, 눈이 오고
바람이 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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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같다>
헤르만 헤세

젊은 날에는 하루같이
쾌락을 쫓아 다녔다.
그 후에는 우수에 싸여
괴로움과 쓰라림에 잠겨 있었다.

지금 나에게는 기쁨과 쓰라림이
형제처럼 스며 있다.
기쁜 듯 슬픔 듯
둘은 하나로 되어 있다.

신이 나를 지옥으로
탱양의 하늘로 인도한다면
나에게는 둘 다 같은 곳이다.
신의 손길을 느끼고 있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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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 지>

헤르만 헤세

서쪽에서 바람이 불어 온다.
보리수가 깊은 신음소리를 내고
달빛은 나뭇가지 사이로
내 방을 엿본다.

나를 버린 그리운 사람에게
긴 편지를 썼다.
달빛이 종이 위로 흐른다.

글위를 흐르는
고요한 달빛에
나는 슬픔에 젖어
잠도, 달도, 밤 기도도 모두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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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그림>

헤르만 헤세

가을의 찬 바람이 시든 갈대밭을 스잔히 불어간다.
갈대잎은 밤 사이에 회색이 되었다.
까마귀는 버드나무를 떠나 육지로 날아간다.

호수에서는 한 노인이 외로이 서서 쉬고 있다.
머리에 바람과 밤과 다가오는눈을 느끼고
그늘진 호수에서 밝은 하늘을 바라본다.
거기 구름과 호수 사이에
한 줄기 물가의 육지가 햇빛 속에서 따뜻하게 빛나고 있다.
꿈과 시처럼 행복에 찬 금빛 호수가.

노인은 빛나는 이 풍경을 똑똑히 눈 속에 간직하고
고향을, 지난 행복한 세월을 생각한다.
그리고 황금빛 태양이 흐려지고 사라지는 것을 보자
머리를 돌려 버드나무에서 떠나
천천히 육지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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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

헤르만 헤세

나는 항상 방랑의 길에 있었다.
순례자였다.
내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기쁨도 슬픔도 흘러갔다.

나는 방랑의
의미도, 목적도 알지 못한다.
몇 천 번을 쓰러지고
그때마다 다시 일어났다.

아, 내가 찾고 있었던 것은
성스럽고 멀리 높은
하늘에 걸려 있었던
사랑의 별이었다.

그러나 그 별을 안 지금은
목적을 알지 못하던 동안에는
마음 편히 걸어 갔고
기쁨과 행복을 가질 수 있었다.

이미 늦었다.
별은 돌아서 버리고
아침에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그렇게도 사랑하던
화려한 세상과 작별을 해야 한다.
나는 목표를 잃어버렸으나
그래도 가야 할 나그네의 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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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과 나와>

헤르만 헤세

나는 촛불을 꺼버렸다.
열린 창문으로 밤이 밀려와
살며시 나를 안고, 나를 벗으로
형제로 삼는다.
우리들은 같은 향수에 젖어 있다.
불안한 꿈을 밖으로 내쫓고
소곤소곤 아버지 집에서 살던
지난 날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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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헤르만 헤세

숲이 금빛으로 타고 있다.
상냥한 그이와, 여러 번
나란히 걷던 이 길을
나는 혼자서 걸어 간다.
이런 화창한 날에 오랜 동안 품고 있던
행복과 고로움이, 향기 속으로
먼 풍경으로 녹아 들어간다.

풀을 태우는 연기 속에서
농부의 아이들이 껑충거린다.
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노래를 시작한다.


 

가을 들꽃      /오보영 

어서 오세요
당신 많이 기다렸어요
밤새
이슬 머금고 피워낸 꽃망울 

당신 오면 제일 먼저 보여드리려고
아침부터
당신 오길 애타게 기다렸어요 

이젠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당신 볼 날도 

어느새 불어온 찬 바람이
자꾸만 재촉을 하네요
사랑하는 당신
더 많이 더 오래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데..
 

가을 벤취       /김이숙
가을에는 나뭇잎이
사람보다 먼저 벤취에 앉아
사색을 한다

기억 저편에 있던
그리움이 다가와
서글픈 날을 불러 세우고는
울리기도 한다

가을바람 젖은 낙엽은
햇살 쓸어안고
취한 듯 찬란한 원무로
눈부시게 열린다

한철 사루는 것이
삶인가 ? 절규인가 

깨이면 무정한 속박
그것이 삶이던가

나뭇잎이 벤취에 앉아
사색을 한다
 

가을 나그네        /海山 김선목

파란 계절에 꽃피우던 청춘이
붉게 물드는 황톳길에
귀밑머리 빛나는 은발 나그네여! 

사랑이 여물고 삶이 여물도록
청춘인양 달려온 인생은
이마에 땀방울 주름 턱을 넘는다!
 

한평생 연륜을 가꾼 황토밭
인생이 쌓여가는 이랑에는
곱고 선명한 나이테가 쌓여간다!

갈바람에 날리는 삶의 향기는
바람 따라 낙엽 따라 흐르고
가을 나그네는 은발을 휘날린다. 

 

가을 일과   /박종영

가을이 가슴팍까지 차올라
붉은 단풍의 노래를 들려준다
메마른 기운도 잊은 채
발가벗은 몸뚱이 화려하게 출렁이며
한 개 낙엽을 철학으로 선물한다 

날개를 접고 슬픈 이별을
예고하는 저토록 푸르렀던 수많은 깃발들,
남은 시간 무거운 교훈으로 귀의하는
헌신의 기운도 뜨겁게, 

진정함으로 세상을 술래잡기하는 가을 숲,
오늘은 너로 하여 무위의 시간을 배운다
과연 쓸쓸한 가을이다.\

 

60이넘어 자기의 곁에 사람이 줄어든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60대이후에는 혼자가 되는법을 배워놓아야 합니다.
나이들면 친구는 그다지 필요가 없습니다.

인생은 너무나 짧아서 자식을위해 내인생을
희생하지 말고 나를위해 사는게 정답입니다.


불편한 사람들과는 교류하지 않아도 됩니다.

60대이후의 인생은 화살같이 지나 
낭비할시간이 없습니다.
어차피 사람은 혼자이며  외로울수 밖에 
없다는것을 극복해야만 합니다.


:"정호승의 시"
외롭다고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때문이고
내가 물가에 앉아 있는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후회는 인생의 본질적인 부분 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경험에서 배우면 
60대를 더 지혜롭게 헤쳐나가고
일반적인 함정을 피할 수 있습니다.

달콤하고 기름진음식 보다는
거친자연식물식 처럼 
소박한 식탁에서 건강이 따라 옵니다.

쉽게 늙지도 포기하지도 마세요.
곧 일흔이 되는 60대의 99%가 후회하는 것들을 
되새기시면서 후회없는 인생을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가을강에 관한 시모음
순간의 거을 2      / 이가림

- 가을 강
가랑잎 하나가
화엄사 한 채를 싣고
먼 가람으로 떠난 뒤
서늘한기러기 울음
후두득 떨어져
물거울 위를
점자 (點字)인 양 구른다

노을 타는단풍밭
보랏빛 이내에 묻히고
깊은 하늘의 이마에 걸린
가버린 누이의 눈썹
그 그늘에 이슬들
아롱아롱 맺힌다
가랑잎 하나가
가을의 끝한줌 허무를 싣고
먼 어둠으로 떠난 뒤


가을 강    /이원문 
찾아온 강 언덕
강바람에 여름은시원 했는데
가을 강의 가을 바람은
왜 이리 쓸쓸하기만한 것인지
씨앗 매달고 늘어진 풀
퇴색 되는 나뭇잎들

이 가을 더 깊으면 단풍들 것이 아닌가
그러면 억새꽃 피어 바람에 눕고                  
잃어도 얻어도 강물에 녹은 세월
누구의 시간을 저 강물이 빼앗았나
흐르는 강물 위 건너는 구름 산 넘고
인생 띄워 바라보니 거스르지 못한다      
강물에 마음 섞어 바라보는 강  
석양의 이 인생 나 어디에 데려 왔나

가을 강가에서     /정심 김덕성

불어오는 갈바람에
낙엽이 휘날리며 떠나는 강가
갑자기 울적해 진다 

조금도 머물러 주지 않고
야속하게 시공은 아쉬움 남기며 
강물은 희비를 안은 채
물 길 따라 흘러간다

행복한 순간들
슬픔으로 눈물을 흘린 사연들
가슴 아파했던 나날들을
새 물길로 보낸 사랑
모난 돌에 부딪혀 
모래알이 된 지난 수많은 시간
지금 그리움으로 찾아 온 사랑도
인생의 강물 되어 흘러가고
하늘엔 노을이 내리고

가을 강       /김근이

아이야
가을이 한끝 짙어 가는 구나
이 가을을 바라 볼 때는
마음 가득히
그리움을 깔고 그려 보아라
그러면 가을은
외진 길에서 만나는
코스모스 꽃잎만큼 이나
애틋한 느낌으로 다가 올 것이다

저녘 햇살에
익어가는 당풍 잎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호들갑을 떨면서 날리는
하늘 자락은
왜 저리도 슬픈 색깔일까

저 하늘 끝자락을 잡고
돌아가던
소녀의 뒷모습을
코스모스 꽃잎위에 내려놓는
이가을은
아무래도
우리네 마음속으로
흘러드는 강물인가
그 강물을 따라
나는 지금도 그곳으로
가고 싶어 하는구나. 

가을江         /김명인

살아서 마주보는 일조차 부끄러워도 이 시절
저 불 같은 여름을 걷어 서늘한 사랑으로
가을 강물 되어 소리죽여 흐르기로 하자
지나온 곳 아직도 천둥치는 벌판 속 서서 우는 꽃
달빛 亂杖 산굽이 돌아 저기 저 벼랑
폭포지며 부서지는 우레 소리 들린다

없는 사람 죽어서 붉 밝힌 형형한 하늘 아래로
흘러가면 그 별빛에도 오래 젖게 되나니
살아서 마주잡는 손 떨려도 이 가을
끊을 수 없는 강물 하나로 흐르기로 하자
더욱 모진 날 온다 해도


저무는 가을 강가에서     /최홍윤 

강물이 흐느끼고
희끈희끈한 갈대 꽃이 노년같이 흔들린다
저물어 간다는 것은
낡아지고 늙어간다는 것 같아 서글프다 

가을밤, 고요의 천지
누가 죽어가고 있는지
어느 골짜기에서인지 방정맞은
개 짖는 소리만 숨넘어갈 듯하다

가물거리는 별빛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강바람
내 한평생의 뉘우침은
고기 비늘처럼 비릿하고
너무 쓸쓸한 것도 괴롭다
두 무릎을 감싸고 앉아

저무는 강가에서 혼자임을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가을 강          /권달웅
가을 강은 슬프네.
사납게 위험수위를 알리다가
낮아진 가을 강은 고요하네.
떠난 사람의 마음처럼
여기저기 단풍을 띄우며
꿈꾸는 가을 강은 쓸쓸히
자신을 돌아보게 하네.
많은 사람들을 잃고
집과 논밭까지 잃어버린
상처와 공허를 이기기 위해
높게 쌓아올린 강둑에는
어느새 개망초가 피고
귀뚜라미가 울고 있네.
하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려야하는가.
산전수전 다 겪으며
살아온 강물 굽이굽이를
눈물 어린 눈으로 따라가면
도꼬마리 까만 열매가
악착같이 달라붙네.
악착같이 따라오네.

가을 강(江)         /임재화

인적 하나 없는 가을 강가에서
멀리 서산에 뉘엿뉘엿해 저물고
붉은 노을도 이미 그 빛이 바랬다.
이제 어스름 어둠이 내려앉아서
겨우 서너 채 있는 쓸쓸한 강촌
집집이 하나둘 등불을 밝힐 때

지나던 인적마저도 끊긴 강가에서
소슬하게 불어오는 강바람에 실려
자욱한 물안개만 말없이 다가온다.

가을 강          /권오범

시월의 소슬한 입김에 
건강했던 초목들 병색이 완연하자
모두가 제 잘못인 양 
밤새 자반뒤집기했나보다

신열 같은 안개 속에서
머리 산발한 채 밤샘한 수양버들이
까칠해져 서성대는 강둑
코스모스 꽃들도 더러 쑥대머리로 파마했다

햇귀 머금고 혈색이 돌자
철새들 앉을자리 다림질하느라
굽이굽이 몸 추슬러
침묵으로 써내려가는 저 너그러운 역사

낮에 온몸으로 끌어안은 미완성 수채화
얼룩이 더 번질까봐 엎치락뒤치락
습관적인 밤 가슴앓이 눈치 챈 듯
갈대들이 머리 풀고 오슬오슬 흐느끼고 있다


가을 강         /최정희
 
푸른 하늘 가로지르는 바람아
단풍잎 타는 향기에
노을 빛이 출렁인다

왜 어깨를 움츠리고 있는가
그대 마음 왜 움츠러드는 걸까
죄지은 어린양처럼

어디선가 들려 오는 날벼락 소리
못이 박히도록 귀에 익은
저 아우성
순한 가슴 찢어지는
가을 강이 처량하여라

아 부끄러워라
가을 하늘이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맑음이
왜 슬퍼지는지!


가을 강물 소리는    /이향아
  
이제는 나도 철이 드나봅니다, 어머니
가을 강물 소리는 치맛귀를 붙잡고
이대로 그만 가라앉거라, 가라앉거라
타일러쌓고
소슬한 바람 내 속에서 일어나
모처럼 핏줄도 돌아보게 합니다
함께 살다 흩어지면 사촌이 되고
다시 가다 길을 잃어 남남이 되는,
어머니,
가을 강물 소리에 귀기울이다가
지금은 내왕이 끊긴 일가친척을 생각하게 됩니다.
가고 가면 바다가 벼랑처럼 있어
거기 함께 떨어져 만난다고 하지만
죽어서 가는 천당처럼 아득하기만 합니다.

가을 강물을 보면 문득 용서받고 싶습니다, 어머니.
즐펀히 너브러진 물줄기가 심장으로 다가와
땀으로 눈물로 이슬맺는 은혜
가을 강가에 서서
나는 모처럼
과묵한 해그림자 갈대 그늘을
따라가면서
잠겨들면서
내 목숨 좁은 길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가을 강        /노금선 

조약돌 투명한 가을 강에
나를 씻는다
덕지덕지 붙어 있는
영혼의 때 씻어버리면
물보다 더 맑은 세상 보이고
풀빛 기쁨 넘친다

겸손치 못하고
절제하지 못한 채 살아 온
오만과 방종 다 씻어내고
텅 비어 더 없이 깨끗한

가을 강
내 영혼 어디쯤에도
이렇게 맑은 강 흐르고 있을까

꽃이 피는계절  모두 모두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괴테의 시 Mignonslied(미뇽의 노래) 

   그대는 아는가 레몬이 꽃피는 그나라를,
   do you know the land where the lemons bloom,

   화음빛 오렌지는 진한 초록색 속에서 빛나고
   the golden orange glow in the dark folige

   푸르른 하늘아래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그곳
   a gentle wind blows from the blue sky,

   머틀은 고요히  월계수는 높이 서 있는
   the myrtles stands still and high the laurel

   그대는 아는가 그 나라를?
   do you know it?

   그곳에~!  오~그곳으로 오 사랑하는 이여, 
   there! o there!

   당신과 함께 그곳에 가고 싶어요~!
   i would like to go withe you , o my beloved~!

 
인생을 엮은 것은 결국
마음으로 가는 길이더라...

행복을 찾는 것도
마음의 길이고,
 
사랑을 다듬어 가는 것도
마음이더라...

그리움을 담고 아파하는 것도
마음의 길이며,
 
보고 싶어 안타까와 하는 것도
마음이더라...

고독한 인생을 사는 것도
마음이며,
 
외로운 길을 홀로 가는 것도
마음이더라...

삶에 요행을 바라는 것도
마음이며
 
인생을 집핍하는 것도
마음이더라...

우리들의 삶 또한
마음에서 오는 것이며,
 
또 다른 희망을 꿈꾸는 것도
다 마음이더라....

좋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도
마음이며,
 
그것을 행하는 것도
마음에서 오는 것이더라...

나의 잘못을 깨달아 가는 것도
마음이며,
 
그것을 아름답게 다듬어 가는 것도
마음이더라...

세상을 보는 마음이 부풀어 오르는 것도
마음이며
 
삶을 방관하는 사이 변하는 것도
마음이더라...

이런 마음을 잘 가꾸어서
행복으로 가는 길을 
 
진실한 마음으로 엮어 가는
하루하루가 되고 싶은 것도
마음이더라...
 
억매이지 않는 바람처럼...
집착하지 않는 구름처럼...
뉘탓하지 않는 강물처럼...
 
나머지 길이라도
빈 마음으로 내리는 마음으로
엮어가고 싶은 허하심...
그 마음 뿐이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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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 둔치에서..

검단산 배경


가을편지 /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 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워가고 있습니다
그 빈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달라
나무에게 줍니다

 

가을하늘1 /  정완영 

전선 위에 앉아 있는 제비들이 날아갑니다
가을 하늘 푸른 건반을 두드리며 날아갑니다
하늘엔 음악이 흐르고, 흰 구름이 흘러갑니다
 

가을 하늘2 /  정완영

요즘 하늘빛은 하루 한 길씩 높아가요
저러다 넘칠 것 같아요 무너질 것 같아요
구름도 따라가다가 지쳐 눕고 말아요
 

가을 해거름 들길에 섰습니다  /  김용택

사랑의 온기가 더욱 더 그리워지는
가을 해거름 들길에 섰습니다
먼 들 끝으로 해가
눈부시게 가고
산 그늘도 묻히면

길가에 풀꽃처럼 떠오르는
그대 얼굴이
어둠을 하얗게 가릅니다

내 안에 그대처럼
꽃들은 쉼없이 살아나고
내 밖의 그대처럼
풀벌레들은
세상의 산을 일으키며 웁니다

한 계절의 모퉁이에
그대 다정하게 서 계시어
한없이 걷고 싶고
그리고 마침내 그대 앞에
하얀 풀꽃
한 송이로 서고 싶어요

 

낙엽끼리 모여 산다 /  조병화

낙엽이 누워 산다
낙엽끼리 모여 산다
지나간 날을 생각지 않기로 한다
낙엽이 지는 하늘가에
가는 목소리 들리는 곳으로
나의 귀는 기웃거리고
얇은 피부는
햇볕이 쏟아지는 곳에 초조하다

항시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나는 살고 싶다
살아서 가까이 가는 곳에 낙엽이 진다
아 나의 육체는
낙엽 속에 이미 버려지고
육체 가까이 또 하나
나는 슬픔을 마시고 산다
비 내리는 밤이면
낙엽을 밟고 간다
비 내리는 밤이면
슬픔을 디디고 돌아온다

밤은 나의 소리에 차고
나는 나의 소리를 비비고 날을 샌다
낙엽끼리 모여 산다
낙엽에 누워 산다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기에
슬픔을 마시고 산다

 

남겨진 가을 /  이재무 

움켜진 손 안의 모래알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집착이란 이처럼 허망한 것이다
그렇게 네가 가고 나면 내게 남겨진 가을은
김장 끝난 텃밭에 싸락눈을 불러올 것이다
문장이 되지 못한 말들이
반쯤 걷다가 바람의 뒷발에 채인다

추억이란 아름답지만 때로는 치사한 것
먼 훗날 내 가슴의 터엔 회한의 먼지만이 붐빌 것이다

젖은 얼굴의 달빛으로 흔들리는 풀잎으로 서늘한 바람으로
사선의 빗방울로 박 속 같은 눈 꽃으로
너는 그렇게 찾아와 마음이 그릇 채우고 흔들겠지

아 이렇게 숨이 차 사소한 바람에도 몸이 아픈데
구멍난 조롱박으로 퍼올리는 물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늦가을         /    김사인 

그여자 고달픈 사랑이 아파 나는 우네
불혹을 넘어
손마디는 굵어지고
근심에 지쳐 얼굴도 무너졌네

사랑은 늦가을 어스름으로
밤나무 밑에 숨어 기다리는 것
술 취한 무리에 섞여 언제나
사내는 비틀비틀 지나가는 것
젖어드는 오한 다잡아 안고
그 걸음 저만치 좇아 주춤주춤
흰고무신 옮겨보는 것

적막천지
한밤중에 깨어앉아
그여자 머리를 감네
올 사람도 갈 사람도 없는 흐린 불 아래

제 손만 가만가만 만져보네

시집<가만히 좋아하는> 창비.2006년

 

늦가을 /   이덕무(1741-1793) 

작은 서재에 찾아온 가을날이 너무도 맑아
손으로 갈포 두건 바로잡고 물소리를 듣네
책상에 시편 있고 울타리엔 국화 피었으니
사람들은 이 그윽한 멋을 도연명 같다 말하네


약관의 나이에 박제가. 유득공.이서구와 함께
 <건연집>이라는 시집을 냈다

서자로 태어나다

늦가을의 산책  /  헤세 

가을비가 회색 숲에 흩뿌리고
아침바람에 골짜기는 추워 떨고 있다
밤나무에서 밤이 툭툭 떨어져
입을 벌리고 촉촉히 젖어 갈색을 띄고 웃는다
내 인생에도 가을이 찾아와
바람은 찢어져 나간 나뭇잎을 딩굴게 하고
가지마다 흔들어 댄다. 열매는 어디에 있나?

나는 사랑을 꽃피웠으나 그 열매는 괴로움이었다
나는 믿음을 꽃피웠으나 그 열매는 미움이엇다
바람은 나의 앙상한 가지를 쥐어 뜯는다
나는 바람을 비웃고 폭풍을 견디어 본다

나에게 있어서 열매란 무엇인가?
목표란 무엇이란 말인가!
피어나려 했었고, 그것이 나의 목표다
그런데 나는 시들어 가고

시드는 것이 목표이며 그 외 아무 것도 아니다
마음에 간직하는 목표는 순간적인 것이다
신은 내 안에 살고 내 안에서 죽고
내 가슴 속에서 괴로워 한다 이것이 내 목표로 충분하다

제대로 가는 길이든 헤매는 길이든 
만발한 꽃이든 열매이든
모든 것은 하나이고 모든 것은 이름에 불과하다

아침 바람에 골짜기가 떨고 있다
밤나무에서 밤이 떨어져
힘있게 환하게 웃는다. 나도 함께 웃는다

 

들국화   /  노천명

들녘 비탈진 언덕에 네가 없었던들
가을은 얼마나 쓸쓸했으랴
아무도 너를 여왕이라 부르지 않건만
봄의 화려한 동산을 사양하고
이름도 모를 풀틈에서 섞여

외로운 계절을 홀로 지키는 빈들의 색시여
갈꽃보다 부드러운 네 마음 사랑스러워
거칠은 들녘에 함부로 두고 싶지 않았다
한아름 고히 안고 돌아와
화병에 너를 옮겨 놓고
거기서 맘대로 자라라 빌었더니

들에 보던 생기 나날이 잃어지고
웃음 거둔 네 얼굴은 수그러져
빛나던 모양은 한잎 두잎 병들어갔다
아침마다 병이 넘는 맑은 물도
들녘의 한 방울 이슬만 못하더냐?

너는 끝내 거칠은 들녘 정든 흙냄새 속에
맘대로 퍼지고 멋대로 자랐어야 할 것을
뉘우침에 떨리는 미련한 손이 이제
시들고 마른 너를 다시 안고
푸른 하늘 시원한 언덕 아래
묻어 주러 나왔다

들국화여!
저기 너의 푸른 천정이 있다
여기 너의 포근한 갈꽃 방석이 있다

 

들국화   /  천상병 

산등성 외따른 데
애기 들국화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뉘인다

가을은
다시 올 테지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겹친 이순간이...

晩秋   /  이 용악

노오란 은행잎 하나
호리호리 돌아 호수에 떨어져
소리 없이 湖面을 미끄러진다
또 하나 ㅡ

조이삭을 줍던 시름은
요즈음 낙엽 모으기에 더욱더
해마알개졌고
하늘
하늘을 쳐다보는 늙은이 뇌리에는
얼어죽은 친지 그 그리운 모습이
또렷하게 피어오른다고
길다란 담뱃대의 뽕잎 연기를
하소에 돌린다

돌개바람이 멀지 않아
어린 것들이
털 고운 토끼 껍질을 벗겨
귀걸개를 준비할 때
기름진 밭고랑을 가져 못 본
부락민 사이엔
지난해처럼 또 또 그 전해처럼
소름 끼친 대화가 오도도오 떤다

 

봉선화  /  김형준 

울 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
길고 긴 날 여름철에 아름답게 꽃 필 적에
어여쁘신 아가씨들 너를 반겨 놀았도다
어언간에 여름 가고 가을 바람 솔솔 불어
아름다운 꽃송이를 모질게도 침노하니
낙화로다 늙어졌다 네 모양이 처량하다
낙화로다 늙어졌다 네 모양이 처량하다
김형준 시. 홍난파 작곡. 1920년 발표

 
 

산국화가 피었다는 편지   /  임태주 

가을해가 풀썩 떨어집니다
꽃살 무늬 방문이 해 그림자에 갇힙니다
몇 줄 편지를 쓰다 지우고 여자는
돌아앉아 다시 뜨게질을 합니다

담장 기와 위에 핀 바위솔꽃이
설핏설핏 여자의 눈을 밟고 지나갑니다
뒤란의 머위잎 몇 장을 오래 앉아 뜯습니다
희미한 초생달이 돋습니다
봉숭아 꽃물이 남아있는 손톱끝에서
詩는 사랑하는 일보다 더 외로운 일이라는데...
억새를 흔들고 바람이 지나갑니다

여자는 잔별들 사이로 등을 꽂습니다
가지런히 빗질을 하고
일생의 거울 속에서 여자는
그림자로 남아
산국화가 피었다는 편지를 씁니다
산국화가 피었다는 편지를
지웁니다

 

오래된 가을  /  천양희

돌아오지 않기 위해 혼자
떠나본 적이 있는가
새벽 강에 나가 홀로
울어본 적이 있는가
늦은 것이 있다고
후회해본 적이 있는가

한 잎 낙엽같이
버림받은 기억에 젖은 적이 있는가
바람 속에 오래
서 있어본 적이 있는가
한 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이 있는가
증오보다 사랑이

조금 더 아프다고 말한 적이 있는가
그런 날이 있는가
가을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는 것

보라
추억을 통해 우리는 지나간다
 

울음이 타는 가을 강  /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앉아 있는 마음일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겄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 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조용한 일  /  김 사인
 

이도 저도 마땅히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추일서정 /  김광균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에 이즈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의 폭포 속으로 사러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어 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 열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나무의 근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한 가닥 꾸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우에 세로팡 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버레 소래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 저쪽에
고독한 반원을 긋고 잠기어 간다
1940년 7월 인문평론

 

할머니는 마당에 붉은 고추를  /  채호기 

할머니는 마당에 붉은 고추를 넌다
베지 않은 키 큰 옥수숫대가 있고
누렁빛 들판에는 풍성한 예감이 있다
먼 데 산이 선명하다

형은 펌프 옆에서 양말을 빨고
하, 참 이 가을엔
햇빛이 뼛속까지 보이는구나
 

향수  /  박세영(1902 - ) 호 白河. 함북 출생. 

아 - 그립구나 내 고향,
익은 들이 물결치는 가을
누르런 들과 새파란 하늘을 볼 땐
생각키느니 내 고향

산골짜기엔 약수
마을 앞엔 푸른 강
강엔 배 띄우고 고기 잡던 옛시절
내 고향은 이리도 아름다워라

산 없는 이곳에서
물 흐린 이 땅에서
흘러 다니는 나그네 몸이 외롭구나

지금은 추석달, 끝없는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저 달
북만北滿의 들개 짖는 소리에 마음만 소란쿠나
고향의 하늘을 날으는 새, 땅에 기는 짐승들도
지금은 따스한 제 집에서 단꿈을 꾸련만
팔려 간 노예와 같이
풍겨난 새와 같이 이 몸은 서럽구나

고추를 널어 새빨간 지붕
파란 박은 實貨같이 넝쿨에 달리고
방아 소리 쿵쿵 울릴 때
이 가을, 이 추석을 맞는 이
아 - 고향에 몇이나 되노
가라는 이 없건만 아니 나오면 왜 못살며
들은 익어 누르른데 배를 곯리지 
않으면 왜 못살더란 말인가?

사랑하는 연인과 결별하듯이
내 고향 떠난 지도 이미 십년
그야 이 내 몸뿐이랴

마을의 처녀들도 눈물지고 떠나들 갔으며
마을의 장정들도 고향을 원망하고 달아났다
그리운 고향은 야속도 하구나

수수이삭에 걸린 추석달
잠든 호숫가에 거니는 기러기
지금은 그 멀리 들릴거라 다듬이 소리
아 - 그립고나 이 내 고향!

<산제비> 중앙인서관. 1938년

홀로 남기   /  프로스트  

예전에 어디에서 들은 적 있었던가?
바람이 이토록 사납게 바뀌는 것을
닫히지 않으려는 문 열린 채 쥐어잡고
저 언덕 너머 해안의 물거품을 바라보는 내 모습을
바람은 도대체 무어라 여길까?

여름이 지나고 오늘 하루도 지나 이제
어둔 구름이 서쪽 하늘에 모인다

저기 쳐진 현관 마루
회오리바람에 요란하게 올라온 나뭇잎들이
내 무릎을 부딪히려다가 스쳐갔다
그 소리 속의 불길한 무엇이
내게 비밀을 밝히라고 알려준다

내가 집에 혼자 있다는 소문이
밖에서 나돌았나 보다
내 일생 동안 외로웠다는 소문이
이제 내게 남은 것은 神밖에 없다는 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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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 이해인
몸달아 기다리다 피어오른 숨결
오시리라 믿었더니 오시리라 믿었더니

눈물로 무늬진 연분홍 옷고름
남겨 주신 노래는 아직도 맑은 이슬
뜨거운 그 말씀 재가 되겐 할 수 없어

곱게 머리 빗고고개 숙이면
바람 부는 가을길 노을이 탄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들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괴테의시=

행복은 언제나 곁에 있다
어디까지 방황하며 가려느냐?

보아라 .좋은것은 여기 가까이있다.
행복을 잡는 방법을 알아 두어라
행복이란언제나 네곁에 있다

-고독-
그대들 바위며 나무들에 거쳐하는.
오~! 치유하는 님프 들이여~!
누구에게든 
그가 남몰래 갈망하는것을 기꺼이 주라~!

슬픈 사람들에게는 위로를
절망한 사람들에게는 가르침을 마련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의 행복을 만나게 하라!

그대들한테는
신들이 인간에게는 주지 않는것을 주었으나,
그대들을 신뢰하는 누구에게든
위로와 도움이 되어주는일

님프!  들이여
달밤에 젖어 고요하게 소야곡으로 혼의 안식을 찾고,
자연의생명력을 드시라1
녹색이나 갈색옷을 검약하게입고 세상을 만끽하시라!

요정이 깃드는 매혹적 자연!
기쁨과 즐거움이 한껏 어울려 맛과 풍토를 연출하는
존재들 사이에서 시어를 음미하다 보면 
고독한만큼 세상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요한 볼프강 괴테-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https://80150256-1.tistory.com/896?category=1243687


?남아있는 삶 ?

어찌 보면 우리는 누구나 모두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우리 모두 인생을 마감해야 할 시간은
누구에게나 분명히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시니어를 지나 노년에 접어든 하루하루의 시간은 
너무도 소중하게 느껴진다.

한계절을 보낼때마다 눈앞에 펼쳐지는 세상의 모든것들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시시각각 다가서는 인생의 끝자락이 
나에게도 머지않아 언젠가는 다가올것 이라는
절박함을 느끼기 때문 일것이다.

삶은 살아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고 기쁜일이 아닐까 한다

병마와 힘겹게 싸우던 지난날, 중환자실에서 나와 휠체어를 타고
병원문을 나서던 오월의 어느날
병원 뜨락의 파란 하늘과 ,눈부신햇살,
녹색 정원을 바라보는 그순간의 행복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날 ~! 나는 이렇게 기도했다.
오늘 하루를 살게해주셔 감사하다........
많은 환우들이 하나둘씩 떠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날의 파란하늘과 녹색의 푸르름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했던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오늘 이 순간, 
누군가는 삶의 끝자락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다가서는 또 하나의 계절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
시간의 소중함과 감사를 잊고 살아온
우리들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하여,
남아있는 시간얼마일지 모르지만 
더욱소중하고 감사하며 살아야 하겠다


호명산 라이딩길에 베토벤 까페에서 바라본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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