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위로 바람이 분다

 

나의 겨울은 가끔 당신이었습니다 / 이경선  

그해 겨울을 기억합니다
그해 겨울이 좋았습니다
이유가 무어라 물으신다면
이따금 당신이었다 하겠습니다 

그해 겨울 나는 좋았습니다
꽁꽁 싸맨 당신의 옷가지와
옷가지 사이 빼곡 내민 당신의 
수수함이 좋았습니다
 

그해 겨울 나는 따스했습니다
당신을 바라보고 사랑하는 일이
밤사이 온기로 자라나 곁을 
덮어주었습니다 

모닥불 일렁이던 밤이 있습니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 불빛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때로는 나란히 누어 
별자리를 세기도 했습니다 

그해 겨울을 기억합니다
그해 겨울이 좋았습니다
당신을 기억하는 중입니다
이따금 당신이 떠오릅니다

 (2)

  겨울 차창 / 나태주 

너의 생각 가슴에 안으면
겨울도 봄이다
웃고 있는 너를 생각하면
겨울도 꽃이 핀다 

어쩌면 좋으냐이러한 거짓말
이러한 거짓말이 아직도
나에게 유효하고
좋기만 한 걸 

지금은 이른 아침 청주 가는 길
차창 가에 자욱한 겨울 안개
안개 뒤에 옷 벗은
겨울나무들 

왜 오늘따라 겨울 안개와
겨울나무가 저토록 정답고
가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냐

(3)

  겨울 사랑 / 박노해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움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들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온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4)

겨울 들판 / 이상교 

겨울 들판이 텅 비었다
들판이 쉬는 중이다
풀들도 쉰다
나무들도 쉬는 중이다
햇볕도 느릿느릿 내려와 쉬는 중이다

 (5)

겨울 편지 / 이해인

친구야
네가 사는 곳에도 눈이 내리니?
산 위에 장독대 위에
하얗게 내려 쌓이는
눈만큼이나
너를 향한 그리움이 
눈사람 되어 눈 오는 날
눈처럼 부드러운 네 목소리가
조용히 내리는 것만 같아
눈처럼 깨끗한 네 마음이
하얀 눈송이로 날리는 것만 같아
나는 자꾸만
네 이름을 불러 본다.

 (6)
 (7)

겨울 강에서 / 정호승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겨울 강 강 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은 갈대가 되리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
청산이 소리치면 소리쳐 울리

 (8)

겨울 편지 / 안도현 

흰 눈 뒤집어쓴 매화나무 마른 가지가
부르르 몸을 흔듭니다
눈물겹습니다
머지않아
꽃을 피우겠다는 뜻이겠지요
사랑은 이렇게 더디게 오는 것이겠지요

 (9)

겨울 사랑 / 문정희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10)

겨울 / 조병화  
침묵이다
침묵으로 침묵으로 이어지는 세월
세월 위로 바람이 분다
바람은 지나가면서
적막한 노래를 부른다

듣는 사람도 없는 세월 위에
노래만 남아 쌓인다
남아 쌓인 노래 위에 눈이 내린다
내린 눈은 기쁨과 슬픔
인간이 살다 간 자리를
하얗게 덮는다

겨울은 기쁨과 슬픔을 가려내어
인간이 남긴 기쁨과 슬픔으로
봄을 준비한다
묵묵히

\

 

아름다운 고래산길 다운힐징면 . 북한강 억새영상

북한강 송촌리  억새길강변에서

팔당 호수공원  아름다운 조형물

행복한 미소를 머금은 여인

건너다보이는 검단산과 팔당호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까페 봉쥬르 

 

송천2리 앞의 전원주택

하늘하늘 하늘위로 얼굴을 내밀며...

억새길로 걸어가며 가을을 느낀다. 그러나..웬지 억새를 닮은 우리 인생이  서글프다

진중리 드넓은 북한강변을 따라 이어진 꽃 정원길.

건너다보이는 운길산 정상과 수종사 .병마와싸우며 오르내렸던 운길산.  그래서 운길산은 내가슴에 있다.

구리 한강공원엔 코스모스가 한게절을 장식하고 있다.  강풍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강풍이 부는데로 몸을 맡겨 한들한들 춤을추는 코스모스

천마리 만마리 나비가 되어  한들한들 춤춘다.

코스모스단지를 뒤로하고 고래산을 향해 갑니다. 강풍이 불어 힘이 두배로 더 듭니다.

북한강 억새길 
     -자작-
가을의 찬바람이 갈대밭사이를 
스잔히 헤집고 지나간다
억새잎은 묵묵히 바람에 몸을 내맡긴다.

햇빛사이로 은발 찰랑이던  모습은  
바람이 모두 안고 떠나 버렸다.
지난여름 열정은  간곳없고
백발 휘날리며 바람에게 몸을 내 맡긴다.

흩어진 하얀 머리결 나부끼며 
저녁석양빛 물들때 잔잔한 몸짓으로
헤를향해 가지말라고 속삭인다.

적막한 밤오면  
긴밤내내 하늘하늘 거리며   
시린 밤을 지새운다
한계절 찰랑거리다 자식들 품에안고

마냥 행복했던 날을 뒤로하고
바람에 떠나보낸 홀씨를 바라보며
젊은날을 가슴시리도록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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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 헤르만 헤세

안개 속을 거니는 이상함이여,
덩굴과 돌들 모두 외롭고,
이 나무는 저 나무를 보지 못하니
모두가 다 혼자로구나!

나의 삶이 밝았던 때에는
세상엔 친구들로 가득했건만
이제 여기 자욱한 안개 내리니
아무도 더는 볼 수 없어라.

회피할 수도 없고 소리도 없는
모든 것에서 그를 갈라놓는
이 어두움을 모르는 이는
정녕 현명하다고는 볼 수 없으리.

안개 속을 거니는 이상함이여,
산다는 것은 외로운 것,
누구도 다른 사람 알지 못하고
모두는 다 혼자인 것을!
----------------------------------------
<기도>

-헤르만헤세

하느님이시여, 저를 절망케 해 주소서
당신에게서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절망하게 하소서
나로 하여금 미혹의 모든 슬픔을 맛보게 하시고
온갖 고뇌의 불꽃을 핥게 하소서
온갖 모욕을 겪도록 하여 주시옵고
내가 스스로 지탱해 나감을 돕지 마시고
내가 발전하는 것도 돕지 마소서
그러나 나의 자아가 송두리째 부서지거든
그 때에는 나에게 가르쳐 주소서
당신이 그렇게 하셨다는 것을
당신이 불꽃과 고뇌를 낳아 주셨다는 것을
기꺼이 멸망하고 기꺼이 죽으려고 하나
나는 오직 당신의 품속에서만 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나의 어머님께>

-헤르만헤세

이야기할 것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너무나 오랫동안 나는 멀리 객지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나를 이해해 준 분은
어느 때나 당신이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당신에게 드리려는
나의 최초의 선물을
수줍은 어린아이 손에 쥔, 지금
당산은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읽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나의 슬픔을 잊는 듯합니다.
말할 수 없이 너그러운 당신이, 천가닥의 실로
나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입니다.
-------------------------------------

<누이에게>

-헤르만헤세

어찌할 바를 몰라
슬픔에 젖어 이곳에 서 있다.
고향을 멀리 떠나
나는 헤매이며 왔다.

내가 알고 있던 꼿이여
푸른 높은 산이여
인간이여, 들판이여
이제 나는 너희들을 모른다.

다만, 너의 입에서만
엿날의 소리를 듣고
다정한 동화의 말처럼
옛날의 소식을 듣는다.

멀지 않아 착한 원정인 죽음이
부모가 기다리는 저녁 노을 속으로
그의 정원으로 나를 데리고 갈 것이다.
---------------------------------------

<꿈>

-헤르만헤세

언제나 같은 꿈이다.
빨간 꽃이 피어 있는 마로니에
여름 꽃이 만발한 뜰
그앞에 외로이 서 있는 옛집

저 고요한 뜰에서
어머니가 어린 나를 잠재워 주셨다.
아마도, 이제는 오랜 옛날에
집도 뜰도 나무도 없어졌을 것이다.

지금은 그 위로 초원의 길이 지나고
쟁기가 가래가 지나 갈 것이다.
고향의 뜰과 집과 나무를
이제는 꿈에서만 남을 것이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떠올리는
무수한 낯모르는 얼굴들....
서서희 하나, 둘
불빛이 흐려간다.
그 여린 빛이 회색이 되고
--------------------------------------------------------

<어린 시절부터> 

헤르만 헤세

지난날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행복을 약속한
하나의 음향이 나에게로 다가 온다.
만일 이것이 없으면 살기가 너무나 괴로울 것이다.
이 마력의 음향이 울리지 않는다면
나는 빛없이 서서
주위에 불안과 암흑만을 볼 것이다.
그러나 슬픔과 죄에 다치지 않는 소리가
행복에 찬 달콤한 음향이 울린다.
슬픔과 죄악에도 파멸되지 않는 그 음향이.
너 자랑스런 목소리여
내 집의 불빛이여
다시는 꺼지지 말고
그 푸른 눈을 감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세계는
부드러운 빛을 모두 잃고
크고 작은 별들이 차례로 떨어져
나만 홀로 남게 될 것이다.
-------------------------------------------------------
<내 젊음의 초상>

헤르만 헤세

지금은 벌써 전설이 된 먼 과거로부터
내 청춘의 초상이 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지난날 태양의 밝음으로부터
무엇이 반짝이고 무엇이 타고 있는가를 !

그때 내 앞에 비추어진 길은
나에게 많은 번민의 밤과
커다란 변화를 가져 왔다.
그 길을 나는 이제 다시는 걷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나는 나의 길을 성실하게 걸었고
추억은 보배로운 것이었다.
잘못도 실대도 많앗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

<혼 자> 

헤르만 헤세

세상에는 크고 작은 길들이 너무나 많다.
그러나
도착지는 모두가 다 같다.

말을 타고 갈 수도 있고, 차로 갈 수도 있고
둘이서 아니면, 셋이서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

그러므로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혼자서 하는 것보다는
더 나은 지혜나
능력은 없다.
--------------------------------------------------

<마을의 저녁 무렵>

헤르만 헤세

양떼를 몰고 목동이
조용한 오솔길을 가고 있다.
집들은 잠이 오는 듯
벌써 깜박이고 있다.

나는 이 마을에서, 지금
단 하나의 이방인
슬픔으로 하여 나의 마음은
그리움의 잔을 남김없이 비운다.

길을 따라 어디로 가든
벽난로에는 따뜻한 불이 타고 있었다.
오직 나만이
고향과 조국을 느껴보지 못했다.
------------------------------------------

<멀어져 가는 젊음> 

헤르만 헤세

피곤한 여름이 마침내 고개를 숙이고
호수에 비친 그의 마지막 모습을들여다본다.
일상에 지친 나는 먼지에 싸여
가로수 그늘을 방황하고 있다.

포플러 사이로 바람이 지나간다.

그러면 내 뒤로 황혼이 금빛으로 타오르고
앞에는 밤의 불안이 죽음과 함께 온다.

먼지에 싸인 채 지친 걸음을 옮겨 놓는다.
그러나 젊음은 머뭇거리듯 뒤로 밀려나며
고운 모습을 감춘 채
나와 함께 앞으로 가려 하지 않는다.
------------------------------------------------------

<그는 어둠 속을 걸었다> 

헤르만 헤세

검은 수목들의 그림자가 꿈을 식히는
어둠 속을 그는 즐겨 걸었다.

그러나 그의 가슴속에는 빛에서 빛으로
타오르는 욕망에 갇혀 괴로움을 다하고 있었다.

머리 위에 은빛으로 맑은 별이 가득 찬
하늘이 있음을, 그는 몰랐다.
-----------------------------------------------------------

<젊음의 고개를 넘으며> 

헤르만 헤세

전나무 아래서 쉬고 있노라면
지난날이 생각난다.
익은 숲의 냄새가
최초로 소년의 슬픔을 잉태했던 그날이.

바로 이곳이었다. 내가 이끼위에 누워
수줍은 소년의 열정이
가냘픈 금발 소녀의 모습을 꿈꾸었다.
환한 속에 처음 핀 장미를 꺾어 넣고.

세월은 흐르고 꿈은 늙어지고
멀어져서 다른 꿈이 왔다.
그것도 작별한 지 이미 오랜 일이다.

최초의 꿈의 주인이 누구였는지 나는 늘 괴로워했다.
그래, 누구였을까. 잊혀지지 않는 것은 ?
다만, 그녀가 상냥하고 가냘픈 금발이라는 것 뿐이다.
-------------------------------------------------------------

<노을 속의 백장미> 

헤르만 헤세
슬픈 듯 너는 얼굴을 잎새에 묻는다.
때로는 죽음에 몸을 맡기고
유령과 같은 빛을 숨쉬며
창백한 꿈을 꽃피운다.

그러나 너의 맑은 향기는
아직도 밤이 지나도록 방에서
최후의 희미한 불빛 속에서
한 가닥 은은한 선율처럼 마음을 적신다.

너의 어린 영환은
불안하게 이름 없는 것에 손을 편다.
그리고 내 누이인 장미여, 너의 영혼은 미소를 머금고
내 가슴에 안겨 임종의 숨을 거둔다.
-----------------------------------------------------------

<방랑의 길에서>
(크눌프의 추억)
 헤르만 헤세

슬퍼하지 말아라, 곧 밤이 오리라.
그러면 우리들은 파리해진 산 위에서
몰래 웃음짓는 것 같은 시원스러운 달을 보리라.
그러면 손을 잡고 쉬자.

슬퍼하지 말아라, 곧 때가 오리라.
그러면 우리는 쉬리라, 우리들의 십자가가
밝은 길가에 나란히 설 것이다.
그리고 비가 내리고, 눈이 오고
바람이 불 것이다.
---------------------------------------------------
<둘 다 같다>
헤르만 헤세

젊은 날에는 하루같이
쾌락을 쫓아 다녔다.
그 후에는 우수에 싸여
괴로움과 쓰라림에 잠겨 있었다.

지금 나에게는 기쁨과 쓰라림이
형제처럼 스며 있다.
기쁜 듯 슬픔 듯
둘은 하나로 되어 있다.

신이 나를 지옥으로
탱양의 하늘로 인도한다면
나에게는 둘 다 같은 곳이다.
신의 손길을 느끼고 있는 한.
----------------------------------------------
<편 지>

헤르만 헤세

서쪽에서 바람이 불어 온다.
보리수가 깊은 신음소리를 내고
달빛은 나뭇가지 사이로
내 방을 엿본다.

나를 버린 그리운 사람에게
긴 편지를 썼다.
달빛이 종이 위로 흐른다.

글위를 흐르는
고요한 달빛에
나는 슬픔에 젖어
잠도, 달도, 밤 기도도 모두 잊는다.
----------------------------------------------------
<한 장의 그림>

헤르만 헤세

가을의 찬 바람이 시든 갈대밭을 스잔히 불어간다.
갈대잎은 밤 사이에 회색이 되었다.
까마귀는 버드나무를 떠나 육지로 날아간다.

호수에서는 한 노인이 외로이 서서 쉬고 있다.
머리에 바람과 밤과 다가오는눈을 느끼고
그늘진 호수에서 밝은 하늘을 바라본다.
거기 구름과 호수 사이에
한 줄기 물가의 육지가 햇빛 속에서 따뜻하게 빛나고 있다.
꿈과 시처럼 행복에 찬 금빛 호수가.

노인은 빛나는 이 풍경을 똑똑히 눈 속에 간직하고
고향을, 지난 행복한 세월을 생각한다.
그리고 황금빛 태양이 흐려지고 사라지는 것을 보자
머리를 돌려 버드나무에서 떠나
천천히 육지로 걸어간다.
---------------------------------------------------
<순례자>

헤르만 헤세

나는 항상 방랑의 길에 있었다.
순례자였다.
내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기쁨도 슬픔도 흘러갔다.

나는 방랑의
의미도, 목적도 알지 못한다.
몇 천 번을 쓰러지고
그때마다 다시 일어났다.

아, 내가 찾고 있었던 것은
성스럽고 멀리 높은
하늘에 걸려 있었던
사랑의 별이었다.

그러나 그 별을 안 지금은
목적을 알지 못하던 동안에는
마음 편히 걸어 갔고
기쁨과 행복을 가질 수 있었다.

이미 늦었다.
별은 돌아서 버리고
아침에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그렇게도 사랑하던
화려한 세상과 작별을 해야 한다.
나는 목표를 잃어버렸으나
그래도 가야 할 나그네의 길이 있었다
-------------------------------------------------------

<어둠과 나와>

헤르만 헤세

나는 촛불을 꺼버렸다.
열린 창문으로 밤이 밀려와
살며시 나를 안고, 나를 벗으로
형제로 삼는다.
우리들은 같은 향수에 젖어 있다.
불안한 꿈을 밖으로 내쫓고
소곤소곤 아버지 집에서 살던
지난 날을 이야기한다.
-----------------------------------------------------------

<가을날> 

헤르만 헤세

숲이 금빛으로 타고 있다.
상냥한 그이와, 여러 번
나란히 걷던 이 길을
나는 혼자서 걸어 간다.
이런 화창한 날에 오랜 동안 품고 있던
행복과 고로움이, 향기 속으로
먼 풍경으로 녹아 들어간다.

풀을 태우는 연기 속에서
농부의 아이들이 껑충거린다.
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노래를 시작한다.


 

가을 들꽃      /오보영 

어서 오세요
당신 많이 기다렸어요
밤새
이슬 머금고 피워낸 꽃망울 

당신 오면 제일 먼저 보여드리려고
아침부터
당신 오길 애타게 기다렸어요 

이젠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당신 볼 날도 

어느새 불어온 찬 바람이
자꾸만 재촉을 하네요
사랑하는 당신
더 많이 더 오래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데..
 

가을 벤취       /김이숙
가을에는 나뭇잎이
사람보다 먼저 벤취에 앉아
사색을 한다

기억 저편에 있던
그리움이 다가와
서글픈 날을 불러 세우고는
울리기도 한다

가을바람 젖은 낙엽은
햇살 쓸어안고
취한 듯 찬란한 원무로
눈부시게 열린다

한철 사루는 것이
삶인가 ? 절규인가 

깨이면 무정한 속박
그것이 삶이던가

나뭇잎이 벤취에 앉아
사색을 한다
 

가을 나그네        /海山 김선목

파란 계절에 꽃피우던 청춘이
붉게 물드는 황톳길에
귀밑머리 빛나는 은발 나그네여! 

사랑이 여물고 삶이 여물도록
청춘인양 달려온 인생은
이마에 땀방울 주름 턱을 넘는다!
 

한평생 연륜을 가꾼 황토밭
인생이 쌓여가는 이랑에는
곱고 선명한 나이테가 쌓여간다!

갈바람에 날리는 삶의 향기는
바람 따라 낙엽 따라 흐르고
가을 나그네는 은발을 휘날린다. 

 

가을 일과   /박종영

가을이 가슴팍까지 차올라
붉은 단풍의 노래를 들려준다
메마른 기운도 잊은 채
발가벗은 몸뚱이 화려하게 출렁이며
한 개 낙엽을 철학으로 선물한다 

날개를 접고 슬픈 이별을
예고하는 저토록 푸르렀던 수많은 깃발들,
남은 시간 무거운 교훈으로 귀의하는
헌신의 기운도 뜨겁게, 

진정함으로 세상을 술래잡기하는 가을 숲,
오늘은 너로 하여 무위의 시간을 배운다
과연 쓸쓸한 가을이다.\

 

60이넘어 자기의 곁에 사람이 줄어든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60대이후에는 혼자가 되는법을 배워놓아야 합니다.
나이들면 친구는 그다지 필요가 없습니다.

인생은 너무나 짧아서 자식을위해 내인생을
희생하지 말고 나를위해 사는게 정답입니다.


불편한 사람들과는 교류하지 않아도 됩니다.

60대이후의 인생은 화살같이 지나 
낭비할시간이 없습니다.
어차피 사람은 혼자이며  외로울수 밖에 
없다는것을 극복해야만 합니다.


:"정호승의 시"
외롭다고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나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때문이고
내가 물가에 앉아 있는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후회는 인생의 본질적인 부분 이지만
다른 사람들의 경험에서 배우면 
60대를 더 지혜롭게 헤쳐나가고
일반적인 함정을 피할 수 있습니다.

달콤하고 기름진음식 보다는
거친자연식물식 처럼 
소박한 식탁에서 건강이 따라 옵니다.

쉽게 늙지도 포기하지도 마세요.
곧 일흔이 되는 60대의 99%가 후회하는 것들을 
되새기시면서 후회없는 인생을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

 

가을강에 관한 시모음
순간의 거을 2      / 이가림

- 가을 강
가랑잎 하나가
화엄사 한 채를 싣고
먼 가람으로 떠난 뒤
서늘한기러기 울음
후두득 떨어져
물거울 위를
점자 (點字)인 양 구른다

노을 타는단풍밭
보랏빛 이내에 묻히고
깊은 하늘의 이마에 걸린
가버린 누이의 눈썹
그 그늘에 이슬들
아롱아롱 맺힌다
가랑잎 하나가
가을의 끝한줌 허무를 싣고
먼 어둠으로 떠난 뒤


가을 강    /이원문 
찾아온 강 언덕
강바람에 여름은시원 했는데
가을 강의 가을 바람은
왜 이리 쓸쓸하기만한 것인지
씨앗 매달고 늘어진 풀
퇴색 되는 나뭇잎들

이 가을 더 깊으면 단풍들 것이 아닌가
그러면 억새꽃 피어 바람에 눕고                  
잃어도 얻어도 강물에 녹은 세월
누구의 시간을 저 강물이 빼앗았나
흐르는 강물 위 건너는 구름 산 넘고
인생 띄워 바라보니 거스르지 못한다      
강물에 마음 섞어 바라보는 강  
석양의 이 인생 나 어디에 데려 왔나

가을 강가에서     /정심 김덕성

불어오는 갈바람에
낙엽이 휘날리며 떠나는 강가
갑자기 울적해 진다 

조금도 머물러 주지 않고
야속하게 시공은 아쉬움 남기며 
강물은 희비를 안은 채
물 길 따라 흘러간다

행복한 순간들
슬픔으로 눈물을 흘린 사연들
가슴 아파했던 나날들을
새 물길로 보낸 사랑
모난 돌에 부딪혀 
모래알이 된 지난 수많은 시간
지금 그리움으로 찾아 온 사랑도
인생의 강물 되어 흘러가고
하늘엔 노을이 내리고

가을 강       /김근이

아이야
가을이 한끝 짙어 가는 구나
이 가을을 바라 볼 때는
마음 가득히
그리움을 깔고 그려 보아라
그러면 가을은
외진 길에서 만나는
코스모스 꽃잎만큼 이나
애틋한 느낌으로 다가 올 것이다

저녘 햇살에
익어가는 당풍 잎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호들갑을 떨면서 날리는
하늘 자락은
왜 저리도 슬픈 색깔일까

저 하늘 끝자락을 잡고
돌아가던
소녀의 뒷모습을
코스모스 꽃잎위에 내려놓는
이가을은
아무래도
우리네 마음속으로
흘러드는 강물인가
그 강물을 따라
나는 지금도 그곳으로
가고 싶어 하는구나. 

가을江         /김명인

살아서 마주보는 일조차 부끄러워도 이 시절
저 불 같은 여름을 걷어 서늘한 사랑으로
가을 강물 되어 소리죽여 흐르기로 하자
지나온 곳 아직도 천둥치는 벌판 속 서서 우는 꽃
달빛 亂杖 산굽이 돌아 저기 저 벼랑
폭포지며 부서지는 우레 소리 들린다

없는 사람 죽어서 붉 밝힌 형형한 하늘 아래로
흘러가면 그 별빛에도 오래 젖게 되나니
살아서 마주잡는 손 떨려도 이 가을
끊을 수 없는 강물 하나로 흐르기로 하자
더욱 모진 날 온다 해도


저무는 가을 강가에서     /최홍윤 

강물이 흐느끼고
희끈희끈한 갈대 꽃이 노년같이 흔들린다
저물어 간다는 것은
낡아지고 늙어간다는 것 같아 서글프다 

가을밤, 고요의 천지
누가 죽어가고 있는지
어느 골짜기에서인지 방정맞은
개 짖는 소리만 숨넘어갈 듯하다

가물거리는 별빛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강바람
내 한평생의 뉘우침은
고기 비늘처럼 비릿하고
너무 쓸쓸한 것도 괴롭다
두 무릎을 감싸고 앉아

저무는 강가에서 혼자임을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가을 강          /권달웅
가을 강은 슬프네.
사납게 위험수위를 알리다가
낮아진 가을 강은 고요하네.
떠난 사람의 마음처럼
여기저기 단풍을 띄우며
꿈꾸는 가을 강은 쓸쓸히
자신을 돌아보게 하네.
많은 사람들을 잃고
집과 논밭까지 잃어버린
상처와 공허를 이기기 위해
높게 쌓아올린 강둑에는
어느새 개망초가 피고
귀뚜라미가 울고 있네.
하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려야하는가.
산전수전 다 겪으며
살아온 강물 굽이굽이를
눈물 어린 눈으로 따라가면
도꼬마리 까만 열매가
악착같이 달라붙네.
악착같이 따라오네.

가을 강(江)         /임재화

인적 하나 없는 가을 강가에서
멀리 서산에 뉘엿뉘엿해 저물고
붉은 노을도 이미 그 빛이 바랬다.
이제 어스름 어둠이 내려앉아서
겨우 서너 채 있는 쓸쓸한 강촌
집집이 하나둘 등불을 밝힐 때

지나던 인적마저도 끊긴 강가에서
소슬하게 불어오는 강바람에 실려
자욱한 물안개만 말없이 다가온다.

가을 강          /권오범

시월의 소슬한 입김에 
건강했던 초목들 병색이 완연하자
모두가 제 잘못인 양 
밤새 자반뒤집기했나보다

신열 같은 안개 속에서
머리 산발한 채 밤샘한 수양버들이
까칠해져 서성대는 강둑
코스모스 꽃들도 더러 쑥대머리로 파마했다

햇귀 머금고 혈색이 돌자
철새들 앉을자리 다림질하느라
굽이굽이 몸 추슬러
침묵으로 써내려가는 저 너그러운 역사

낮에 온몸으로 끌어안은 미완성 수채화
얼룩이 더 번질까봐 엎치락뒤치락
습관적인 밤 가슴앓이 눈치 챈 듯
갈대들이 머리 풀고 오슬오슬 흐느끼고 있다


가을 강         /최정희
 
푸른 하늘 가로지르는 바람아
단풍잎 타는 향기에
노을 빛이 출렁인다

왜 어깨를 움츠리고 있는가
그대 마음 왜 움츠러드는 걸까
죄지은 어린양처럼

어디선가 들려 오는 날벼락 소리
못이 박히도록 귀에 익은
저 아우성
순한 가슴 찢어지는
가을 강이 처량하여라

아 부끄러워라
가을 하늘이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맑음이
왜 슬퍼지는지!


가을 강물 소리는    /이향아
  
이제는 나도 철이 드나봅니다, 어머니
가을 강물 소리는 치맛귀를 붙잡고
이대로 그만 가라앉거라, 가라앉거라
타일러쌓고
소슬한 바람 내 속에서 일어나
모처럼 핏줄도 돌아보게 합니다
함께 살다 흩어지면 사촌이 되고
다시 가다 길을 잃어 남남이 되는,
어머니,
가을 강물 소리에 귀기울이다가
지금은 내왕이 끊긴 일가친척을 생각하게 됩니다.
가고 가면 바다가 벼랑처럼 있어
거기 함께 떨어져 만난다고 하지만
죽어서 가는 천당처럼 아득하기만 합니다.

가을 강물을 보면 문득 용서받고 싶습니다, 어머니.
즐펀히 너브러진 물줄기가 심장으로 다가와
땀으로 눈물로 이슬맺는 은혜
가을 강가에 서서
나는 모처럼
과묵한 해그림자 갈대 그늘을
따라가면서
잠겨들면서
내 목숨 좁은 길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가을 강        /노금선 

조약돌 투명한 가을 강에
나를 씻는다
덕지덕지 붙어 있는
영혼의 때 씻어버리면
물보다 더 맑은 세상 보이고
풀빛 기쁨 넘친다

겸손치 못하고
절제하지 못한 채 살아 온
오만과 방종 다 씻어내고
텅 비어 더 없이 깨끗한

가을 강
내 영혼 어디쯤에도
이렇게 맑은 강 흐르고 있을까

꽃이 피는계절  모두 모두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괴테의 시 Mignonslied(미뇽의 노래) 

   그대는 아는가 레몬이 꽃피는 그나라를,
   do you know the land where the lemons bloom,

   화음빛 오렌지는 진한 초록색 속에서 빛나고
   the golden orange glow in the dark folige

   푸르른 하늘아래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그곳
   a gentle wind blows from the blue sky,

   머틀은 고요히  월계수는 높이 서 있는
   the myrtles stands still and high the laurel

   그대는 아는가 그 나라를?
   do you know it?

   그곳에~!  오~그곳으로 오 사랑하는 이여, 
   there! o there!

   당신과 함께 그곳에 가고 싶어요~!
   i would like to go withe you , o my beloved~!

 
인생을 엮은 것은 결국
마음으로 가는 길이더라...

행복을 찾는 것도
마음의 길이고,
 
사랑을 다듬어 가는 것도
마음이더라...

그리움을 담고 아파하는 것도
마음의 길이며,
 
보고 싶어 안타까와 하는 것도
마음이더라...

고독한 인생을 사는 것도
마음이며,
 
외로운 길을 홀로 가는 것도
마음이더라...

삶에 요행을 바라는 것도
마음이며
 
인생을 집핍하는 것도
마음이더라...

우리들의 삶 또한
마음에서 오는 것이며,
 
또 다른 희망을 꿈꾸는 것도
다 마음이더라....

좋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도
마음이며,
 
그것을 행하는 것도
마음에서 오는 것이더라...

나의 잘못을 깨달아 가는 것도
마음이며,
 
그것을 아름답게 다듬어 가는 것도
마음이더라...

세상을 보는 마음이 부풀어 오르는 것도
마음이며
 
삶을 방관하는 사이 변하는 것도
마음이더라...

이런 마음을 잘 가꾸어서
행복으로 가는 길을 
 
진실한 마음으로 엮어 가는
하루하루가 되고 싶은 것도
마음이더라...
 
억매이지 않는 바람처럼...
집착하지 않는 구름처럼...
뉘탓하지 않는 강물처럼...
 
나머지 길이라도
빈 마음으로 내리는 마음으로
엮어가고 싶은 허하심...
그 마음 뿐이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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