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꽃      /오보영 

어서 오세요
당신 많이 기다렸어요
밤새
이슬 머금고 피워낸 꽃망울 

당신 오면 제일 먼저 보여드리려고
아침부터
당신 오길 애타게 기다렸어요 

이젠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당신 볼 날도 

어느새 불어온 찬 바람이
자꾸만 재촉을 하네요
사랑하는 당신
더 많이 더 오래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데..
 

가을 벤취       /김이숙
가을에는 나뭇잎이
사람보다 먼저 벤취에 앉아
사색을 한다

기억 저편에 있던
그리움이 다가와
서글픈 날을 불러 세우고는
울리기도 한다

가을바람 젖은 낙엽은
햇살 쓸어안고
취한 듯 찬란한 원무로
눈부시게 열린다

한철 사루는 것이
삶인가 ? 절규인가 

깨이면 무정한 속박
그것이 삶이던가

나뭇잎이 벤취에 앉아
사색을 한다
 

가을 나그네        /海山 김선목

파란 계절에 꽃피우던 청춘이
붉게 물드는 황톳길에
귀밑머리 빛나는 은발 나그네여! 

사랑이 여물고 삶이 여물도록
청춘인양 달려온 인생은
이마에 땀방울 주름 턱을 넘는다!
 

한평생 연륜을 가꾼 황토밭
인생이 쌓여가는 이랑에는
곱고 선명한 나이테가 쌓여간다!

갈바람에 날리는 삶의 향기는
바람 따라 낙엽 따라 흐르고
가을 나그네는 은발을 휘날린다. 

 

가을 일과   /박종영

가을이 가슴팍까지 차올라
붉은 단풍의 노래를 들려준다
메마른 기운도 잊은 채
발가벗은 몸뚱이 화려하게 출렁이며
한 개 낙엽을 철학으로 선물한다 

날개를 접고 슬픈 이별을
예고하는 저토록 푸르렀던 수많은 깃발들,
남은 시간 무거운 교훈으로 귀의하는
헌신의 기운도 뜨겁게, 

진정함으로 세상을 술래잡기하는 가을 숲,
오늘은 너로 하여 무위의 시간을 배운다
과연 쓸쓸한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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