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L 4312G 스피커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지난달 한 매장에서 JBL 4312 시리즈 스피커가 도열한 모습을 보면서 38년 역사가 꿈틀거리는 듯했다. 1982년에 나온 오리지널 4312부터 지난해 등장한 최신 4312G까지 4312, 아니 JBL이라는 스피커 거인의 숨결을 다시 진하게 맡았다. 필자에게 스피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쩌면 이 12인치 우퍼를 단 JBL 4312 시리즈가 던져준 것인지도 모른다.

 

4312G를 시청했다. 넓은 시청실에서 볼륨을 높여 평소보다 많은 음악을 마음껏 들었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음의 폭주에 12인치 우퍼에 묻어있던 먼지와 잡내가 모두 떨어져나가는 것 같았다. ‘볼륨을 높일 수 없다면 JBL은 결코 다가오지 않는다’는 말이 진리임을 새삼 깨달았다. JBL로 듣는 트롬본과 킥드럼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JBL 4312 시리즈의 계보

▲ James B. Lansing

제임스 B 랜싱(James B. Lansing)이 ’랜싱 매뉴팩처링 컴퍼니’(Lansing Manufacturing Company)를 설립한 것은 1927년이고, 3웨이 3유닛의 4312를 선보인 것은 1982년이다. 오리지널 4312 등장 이전까지 JBL의 주요 모델을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 1936년 아이코닉(Iconic) : 2웨이

■ 1944년 Voice of Theater A4 : 알텍 랜싱 시절

■ 1954년 D30085 하츠필드(Hartsfield)

■ 1957년 D44000 파라곤(Paragon)

■ 1964년 L101 랜서(Lancer) : 2웨이

■ 1968년 4310, 4311 : 3웨이

■ 1969년 L100 센츄리(Century) : 3웨이

■ 1973년 4350, 4341, 4340 : 4웨이

■ 1974년 4333, 4332 : 3웨이

■ 1975년 4331, 4330 : 2웨이

■ 1976년 4343 : 4웨이

■ 1981년 4435 : 3웨이

■ 1981년 4430 : 2웨이

4312는 1982년에 가로폭 362mm, 높이 597mm, 안길이 298mm의 궤짝형 스피커로 등장했다. 1968년에 나왔던 3웨이 12인치 우퍼 구성의 4310, 4311을 바탕으로 삼고, 1973년 이후 등장한 43 시리즈의 새 기술을 입혔다. 구성은 1.4인치 페이커 콘 트위터(LE25-2), 5인치 페이퍼 콘 미드(LE5-12), 12인치 페이퍼 콘 우퍼(2213H). 공칭 임피던스는 8옴, 감도는 91dB, 주파수응답특성은 45Hz~15kHz, 크로스오버는 1.5kHz, 6kHz였다. 페이퍼 콘 트위터로 인해 고역 상한이 15kHz에 머무는 점, 12인치 우퍼가 1.5kHz까지 커버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어쨌든 4312의 이 크기와 구성, 전면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 설계는 38년이 지난 지금까지 거의 변함이 없다.

 


■ 1982년 4312

■ 1982년 4312A

■ 1996년 4312B

■ 1997년 4312C

■ 1997년 4312 MKII

■ 1999년 4312B MKII

■ 2005년 4312D

■ 2011년 4312E

■ 2017년 4312SE : 70주년 모델

■ 2019년 4312G

▲ JBL 4312A

4312에 이어 곧바로 등장한 4312A는 고역 상한을 20kHz로 높이고 이에 맞춰 트위터 크로스오버 주파수도 7kHz로 높였다. 트위터(O35TI) 콘 자체도 돔 타입의 퓨어 티타늄으로 바뀌고 직경도 1.4인치(36mm)에서 1인치(25mm)로 줄었다. 미드레인지(104H-3)는 펠트 처리를 한 페이퍼 콘. 좌우 채널이 미러형으로 서로 대칭을 이루는 점은 4312와 동일하지만 경사지게 장착된 트위터와 미드레인지가 수평으로 똑바로 자리잡은 점도 4312A의 특징이다. 그러나 4312A 일부 모델은 4312 유닛 배치를 답습한 점이 확인된다.

 

14년만에 나온 4312B는 트위터 유닛이 O35TIA로 바뀌긴 했지만 4312A와 거의 판박이. 실물을 놓고 비교를 해봐도 인클로저 마감이 블랙인 점만 빼놓고는 분간을 할 수 없었다. 1997년에 나온 4312C는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유닛 배치가 4312 시리즈 사상 유일무이하게 비대칭인 점이 눈길을 끈다. 흔히 ‘몰짝’이라고 부르는 모델이다.

 

▲ JBL 4312D

필자가 보기에 4312 시리즈에서 이전 세대와 가장 크게 구분되는 모델은 2005년에 나온 4312D다. JBL 대표 기술 중 하나인 네오디뮴 디퍼런셜 드라이브(Neodymium Differential Drive) 기술을 채택, 고역 상한이 처음으로 40kHz까지 치솟았다. 공칭 임피던스는 이전 8옴에서 6옴으로, 감도는 이전 91dB에서 93dB로 변화했다. 크로스오버 주파수 역시 2kHz, 5kHz로 바뀌었다. 2011년에 나온 4312E는 파워 핸들링 수치를 4312D의 150W에서 200W로 높였다.

 

2017년 1월 CES에서 JBL 창립 70주년 모델로 공개된 4312SE는 우퍼에도 로우 패스 네트워크 회로를 적용, 크로스오버 주파수가 2kHz에서 640Hz로 크게 낮아진 점이 눈길을 끈다. 공칭 임피던스는 6옴으로 4312E와 동일하지만 감도는 90dB로 대폭 낮춰졌다. 티타늄 콘 트위터에서 마그네슘 알루미늄 합금 돔 트위터(054ALMg-1)로 바뀐 것도 4312SE 모델부터. 5인치 미드는 폴리머 코팅 퓨어 펄프 콘(105H-1), 12인치 우퍼는 아쿠아-플라스(Aqua-Plas) 코팅 퓨어 펄프 콘(1200FE-8)을 썼다.


4312G의 좌표 : JBL 현 라인업

JBL은 1969년 시드니 하만(Sidney Harman)이 이끄는 저비스 코퍼레이션(Jervis Corporation. 하만 인터내셔널의 전신)에 인수됐다. 그리고 잘 아시는 대로 하만 인터내셔널은 2017년에 삼성이 인수했다. JBL은 현재 하만 카돈, 마크 레빈슨, 인피니티, 렉시콘, 레벨, AKG, 아캄 등과 한솥밥을 먹는 사이다.

 

JBL 현행 라인업 중 최고가 플래그십은 15인치 우퍼를 듀얼로 장착한 Everest DD67000이고, 그 밑으로 K2 S9900, 4367, S4700, S3900 등이 포진했다(이상 플로어스탠딩). 스탠드마운트 중에서는 L100 Classic이 플래그십이고, 그 밑으로 4429, 4319, 4312G, 4307, 4312MII, 4306 등이 포진했다. 4312MII는 4312의 미니어처 버전인 4312M의 2번째 모델이다. 올해 1월 CES에서는 L82 Classic이 공개됐다.

 


4312G 설계디자인

맥락과 계보를 떠나 2019년에 나온 스피커로서 4312G를 살펴본다. 4312G는 기본적으로 12인치 퓨어 펄프(pure pulp) 콘 우퍼, 5인치 폴리머 코팅(polymer-coated) 퓨어 펄프 콘 미드레인지, 1인치 마그네슘 알루미늄 합금 트위터를 단 3웨이, 3유닛 베이스 리플렉스 스피커. JBL에서는 ‘3웨이 12인치 스튜디오 모니터 북쉘프 라우드스피커’라고 부른다. 인클로저는 MDF, 스피커 커넥터는 싱글 와이어링 전용.

그릴을 벗겨내니 베이스 리플렉스 포트가 가운데 상단에 있고, 그 오른쪽 위에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음압을 조절할 수 있는 어테뉴에이터가 달렸다. 이 역시 4312를 상징하는 강렬한 키워드다. 유닛은 상단에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하단에 12인치 우퍼가 장착됐는데, 좌우 채널이 미러형이다. 한쪽은 트위터가 왼쪽에, 다른쪽은 오른쪽에 달렸다. 미러형이 아닌 모델은 앞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4312C가 유일하다.

 

공칭 임피던스는 6옴, 감도는 90dB, 주파수응답특성은 -6dB 기준 44Hz~40kHz를 보인다. 크로스오버 주파수는 640Hz, 5kHz. 5인치 미드레인지의 수비범위가 무척 넓은 점이 눈길을 끈다. 크기는 가로폭 362mm, 높이 597mm, 안길이 305mm. 오리지널 4312(W 362mm, H 597mm, D 298mm)에 비해 안길이만 살짝 길어졌을 뿐이다. 무게는 23.8kg. JS-120이라는 전용 스탠드가 있다.

그러면 2017년에 나왔던 4312SE와는 뭐가 다를까. 12인치 우퍼 유닛 자체가 1200FE-8에서 JW300SW-8로 바뀌었다. 진동판 재질은 퓨어 펄프로 동일하지만 진동판 코팅 방식 등을 새롭게 설계했다고 한다. 폴리머 코팅 펄프 콘을 채택한 미드레인지의 경우 왜곡을 줄이기 위해 진동판 뒷면을 댐핑 처리했다. 이에 따라 유닛 이름도 105H-1에서 JM125PC-8로 바뀌었다. 마그네슘 알루미늄 합금 트위터(054ALmg-1)와 임피던스, 감도, 주파수응답특성, 크로스오버 주파수 등은 변함이 없다. 인클로저 측면에 있던 JBL 로고와 후면의 70주년 기념 로고는 빠졌다.


셋업 및 시청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야 보배다. 4312G가 아무리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JBL 스피커의 적자라고 해도 소리가 별로이면 그냥 ‘원 오브 뎀’일 뿐이다. 시청에는 같은 하만 계열사인 마크 레빈슨의 신형 인티앰프 No.5805를 동원했다. No.5802와 달리 아날로그 입력단까지 갖춘 No.5805는 8옴에서 125W를 낸다. 소스기기는 캠브리지 오디오의 Edge W. 룬(Roon)으로 타이달과 코부즈 스트리밍 음원을 들었다.

 

첫 인상은 펄프 콘 특유의 탄력감과 건조함. 빌리 아일리시의 ‘Bad Guy’를 들어보니 기름기가 하나도 없는 음이 무대 중앙에서 뛰어논다. 소릿결이 단단한 것이 확실히 요즘 스피커와는 가는 길이 다르다. 한마디로 사운드에서도 빈티지 느낌이 가득하다. 하지만 4312G의 진가는 앰프 볼륨을 거의 12시 방향까지 올리고 나서야 드러났다. 그야말로 펄펄 살아있는 음들이 나왔다. 단언컨대, 볼륨을 높일 수 없는 환경이라면 4312G는 불가하다.

Lamb Of God ‘Ashes of the Wake’(Ashes of the Wake)

놀 줄 아는 사람이 차린 대형 클럽에 온 것 같다. 음들이 시원시원, 성큼성큼 빠져나온다. 음과 무대에 좀스러운 구석이 전혀 없다. 그러나 12인치 우퍼에서 기대했던 만큼의 파워가 느껴지질 않는다. 저역은 단단하기보다는 푸근하고 부드럽다. 드럼도 플라스틱 비터(beater)로 때리는 것 같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볼륨을 9시 정도에서 시작한 필자의 잘못이었다. ‘이게 아닌데’ 싶어 볼륨을 12시 방향으로까지 올리니 비로소 ‘때려박는’ 음이 나온다. 맞다. 이래야 JBL이고, 이래야 12인치 우퍼다. 저역은 졸지에 단단해지고 정신이 번쩍 날 만큼 파워가 넘쳐났다. 음들이 3개 유닛에서 정신없이 쏟아져 나온다. 진동판에서 먼지가 떨어져나오는 것 같다. 12인치 우퍼가 앞뒤로 맹렬하게 움직이는 모습에 가슴이 뛴다.

 

Esa-Pekka Salonen Oslo Philharmonic Orchestra ‘In The Hall Of The Mountain King’(Peer Gynt)

이 곡 역시 볼륨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들으면 음들을 섬세하게 꾹꾹 눌러담기는 하지만 여러 면에서 오디오적 쾌감이 덜하다. No.5805 볼륨 기준 51까지 올리고 나서야 비로소 초반 팀파니가 무대 뒷편에서 쿵쿵 거리며 다가오는 모습이 포착된다. 전체적으로 음과 무대가 보다 선명해지고, 템포와 다이내믹 레인지도 살아난다. 확실히 JBL은 일정 볼륨을 확보한 상태에서 들어야 한다. 그렇지를 못하면 그냥 평범한 스피커가 되어버린다. 이것은 다른 스피커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틀리셨다. 볼륨을 높이면 유닛도 자지러지고 인클로저마저 풀빵처럼 부풀어오르는 듯한 허약한 스피커가 너무 많다. 그리고 볼륨을 제대로 올라탄 12인치 펄프 콘 우퍼의 다이내믹스는 6.5인치 우퍼는 흉내조차 낼 수 없다. 무엇보다 몸에 닿는 음수와 음압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고 높다.

Jacintha ‘ Moon River ’ (Autumn Leaves)

화장기가 없는 음이다. ‘치장한 것들은 가라’, 이런 식이다. 그러면서 1970년대 풍요로운 미국의 대형 극장에서 야신타가 나오는 영화를 보는 듯한 감성도 느껴진다. 야신타의 음상이 볼록하게 단단히 맺힌 것이 특징. 배경도 이제 보니 무척이나 적막하다. JBL이 중역대 여성보컬을 이렇게나 디테일하게 표현해주는 면모가 있었나 싶다. 하지만 역시 매끄럽고 보드라운 계열은 아니다. 메탈(마그네슘 알루미늄 합금) 트위터의 물성은 가릴 수 없는 것이다. 대신, 덕분에 피아노의 오른손 터치음은 명료하고 투명해서 그 어떤 지저분한 것들이 달라붙지 않았다. 피아노의 저역은 갑자기 식욕이 돌 만큼 맛있게 연주한다. 배음과 잔향이 풍부한 이 재생음은 12인치 펄프 콘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Leonard Bernstein, New York Philharmonic Orchestra ‘Mahler Symphony No.2’(Mahler 2)

좌우 스피커를 벌린 만큼 무대를 넓게 쓴다. 그러면서도 무대 중앙이 휑하니 비는 느낌은 없다. 오케스트라가 바닥에 잘 자리잡은 모습, 플로어 노이즈가 의외라 할 만큼 낮은 점도 잘 관찰된다. 아무래도 해상력이나 섬세함에 있어서는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은 클래식 대편성곡까지 이 정도로 소화해내는 것을 보니, 왜 4312 시리즈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왔는지 알겠다. 수비범위와 소화력이 넓고 좋은 것이다. 또한 음상이 또렷한 것은 트위터가 미드나 우퍼 중심축에서 벗어난 오프셋(offset) 배치를 취한 덕이 크다. 스탠드를 이용해도 요즘 플로어스탠딩보다 트위터 위치가 낮은 점이 4312G의 이 낯선 음에 크게 일조를 했을 것이다. 어쨌든 4312G가 말러 2번까지 한 음 한 음을 진중히 또박또박 내주는 모습에 크게 감탄했다. 1악장 총주 파트에서도 음들이 뭉개지거나 스피커가 허둥지둥거리지 않는 모습도 마음에 들었다.

Curtis Fuller ‘Oscalypso’(The Opener)

JBL, 4312G, 12인치 펄프 콘 우퍼로 듣는 트롬본은 정말 매력적이다. 초반 색소폰과의 콜 앤 리스폰스도 잘 분간되고, 오른쪽 드럼과 왼쪽 두 브라스 악기의 음압 밸런스도 잘 맞아떨어진다. 특히 색소폰의 음색은 맑으면서도 우골을 장시간 우려낸 듯한 깊은 맛을 전해준다. 이어 슬그머니 등장하는 무대 중앙의 베이스와 피아노. 베이스는 심장처럼 두근거리고, 피아노는 고음이 실물같다. 맞다. JBL은 어른의 세계,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의 세계인 것이다. 이 곡의 백미인 드럼 솔로는 12인치 우퍼의 전문분야. 이 스피커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음을 들려줬다. 마치 기존 오디오 시스템에 접지 튜닝을 새로 한 것처럼 깨끗하면서도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 음들이 시원시원하게 빠져나오는 모습이 통쾌하다. 이 스피커에 만약 진공관 모노블록 파워앰프를 물려 LP를 들으면 어떨까, 즐거운 상상이 끊이질 않았다.

Macklemore & Ryan Lewis ’ Can't Hold Us ’(The Heist)

4312G가 완전 물을 만났다. 처음부터 그냥 클럽사운드다. 이런 에너지감은 12인치 우퍼가 아니면 안나오는 것이고, 자연스러운 해상력과 질감은 펄프 콘이 아니면 안되는 것이다. 플라스틱이나 메탈 계열 우퍼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독보적인 세계라 할 만하다. 이 밖에 래퍼가 굳건하게 바닥에 발을 딛고 있는 모습이 잘 연상되고 속사포 랩을 일절 질척거림 없이 들려주는 스피드도 대단하다. 5인치 미드레인지가 커버하는 라이언 루이스의 보컬은 은근히 부드럽다. 하여간 지금 이 스피커가 들려주는 음과 무대는 잡내, 흐리멍텅, 굼뜸, 느림보, 약아빠짐,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한마디로 빠릿빠릿한 음이어서, 마크 레빈슨 앰프가 4312G 스피커 내부를 싹싹 핥아준다는 인상까지 받았다.


총평

평소보다 많은 음악을, 보다 높은 볼륨으로 들었다. 다행히 시청실도 꽤 넓은 편이어서 부밍 따위는 느낄 수 없었다. 정리해본다. 4312G는 역시 록과 힙합에서 가장 빛났고 재즈와 여성보컬은 화장기 없는 음들의 민낯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클래식 대편성곡은 4K HDR급의 해상력과 섬세한 감촉은 부족했지만 크게 불만을 가질 정도는 아니었다. 이에 비하면 필자가 애정해마지 않는 영국 BBC 모니터 계열 스피커는 너무나 여성적이고 아기자기하다는 인상. 그리고 요즘 나오는 메탈 인클로저에 메탈 유닛을 단 하이엔드 스피커들은 지나치게 얌전하고 인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에 비해 JBL 4312G에서는 그냥 자연풍이 뿜어져나왔다. 곡에 따라 어떨 때는 폭음을 뒤집어썼고, 또 어떨 때는 천정에 매달려 쉬엄쉬엄 돌아가는 큰 날개의 선풍기 같은 음을 즐겼다. 이 것이 바로 12인치 우퍼를 비교적 작은 몸집에 장착한 4312 시리즈의 존재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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